어느 날 받은 질문

얼마 전, Salesforce 컨설팅 일을 하신다는 분께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저도 비슷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는데요, 대표님께서 만드신 대시보드가 인상 깊었습니다. BI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고객이 보고 싶어하는 지표 외에도, 데이터 검증 과정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제안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으신가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종 고객께서 '먼저 제안을 해봐라' 하시는데,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막막해서 여쭤봅니다."

"먼저 제안해 봐라"는 요청은 BI 컨설팅 현장에서 꽤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라, 제 나름의 접근 방식을 정리해 답을 드렸었습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까 싶어 여기에도 옮겨 둡니다.


우리는 고객보다 고객의 사업을 더 잘 알 수 없다

먼저 받아들여야 할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고객보다 더 뛰어난 경영인이 아닌 이상, 고객이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를 대신 정해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일을 대신 해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세계적인 전문 경영 컨설팅 그룹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그건 수억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라 우리와는 거리가 좀 있고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제안하든 그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치고 나가면 쉽게 흠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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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렇게 요청합니다

기획안이 부족한 고객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요청드립니다.

"윗분들이 늘 보시는 보고서나 자료, 그리고 그걸 구성하는 데이터 (샘플)을 주시겠어요?"

이 요청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 품질이 보장됩니다. 윗분들이 보시는 자료는 특성상 데이터의 질이나 업데이트 수준이 매우 좋고, 시각화하기에도 수월합니다.

둘째, 고객의 관심사가 이미 녹아 있습니다. 이미 정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라는 뜻입니다.

셋째, 대화의 출발점이 생깁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Tableau에서 시각화해 대시보드를 보여드린 뒤, 이렇게 다시 여쭤봅니다.

"이 자료를 보실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무엇인가요?"

그러면 고객이 "우리는 이런 걸 본다, 이런 걸 점검한다"라고 자연스럽게 답해주십니다. 그 답을 기반으로 대시보드를 검토하고, 개선하거나 재제작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시보드는 데이터만 갱신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업무 자동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관리되지 않는 데이터는 과감히 걸러내야 합니다

반대로, 평소에 관리되고 있지 않은 데이터나 보고서를 실제 과제 대상으로 삼으면 프로젝트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데이터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일정이 지연되고, 획득·정리·가공 과정에서 온갖 문제가 터집니다.

반드시 그 데이터로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관리되지 않는 데이터는 과제 범위에서 걸러내는 것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는 우리가 쉽게 정할 수도 없고, 결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고객으로부터 그것을 이끌어내는 기술과 요령은 컨설턴트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고서와, 그것을 구성하는 데이터의 샘플을 달라" 고 요청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 경험에서 얻은 짧은 지식이니,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널리 함께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덧붙임 — Salesforce 컨설팅에도 통할까

질문 주신 분의 직무가 Salesforce Consultant이시더군요. 위 내용은 시각화 대시보드 프로젝트에서의 제 개인적인 방법론이라, Salesforce 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야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가진 질문의 대부분은 결국 내부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인사이트를 제시하려면, 그들이 평소 무엇을 보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저는 평소에 이렇게 생각합니다.

고객 내부 담당자들은 질문과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뿐이다.

그 가려운 부분을 톡톡 건드리는 질문을 던지고, 그 정리 과정을 도와주면 — 고객이 스스로 준비하고, 스스로 답을 내놓습니다. 우리는 그걸 구현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프로젝트는 어렵지 않게,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될 수 있지 않을까요.